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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저에게 짜증을 냈어요.
아이에게 장난감을 치우라는 말에 아이는 말끝마다 투덜대고, 급기야 울기까지 했죠.
속이 상해서 아이에게 “왜 맨날 이렇게 말대꾸만 해!” 하고 소리를 질렀고
문 닫는 소리에 화가 나서 결국 아이에게 “정말 못됐어”라는 말을 해버렸어요.
그런데요. 그날 하루 종일 저는 회사에서 억눌린 감정을 삼켜야 했고
상사의 무례한 말에 웃으며 넘겼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던 날이었어요.
아이가 정말 못됐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느낀 수치심과 불편한 감정을 아이에게 떠넘겼던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심리 기제가 바로 “투사”입니다.
투사란 무엇일까요?
투사는 우리가 직면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을 말해요.
나의 속상함, 나의 열등감, 나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마치 상대가 가진 것처럼 느끼게 되는 심리 반응이죠.
예를 들어 내가 스스로를 못났다고 느낄 때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쟤는 너무 거만해” 라고 느끼는 순간. 그건 실제 그 친구가 거만해서라기보단
내 안의 열등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넘겨버린 것일 수 있어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투사의 장면들
📍 “쟤는 날 싫어해”
사실 별 말도 없었는데, 혼자 삐지고 거리를 두게 될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데, 나 혼자 그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건 내 안의 불안함이나 상처가 다시 올라왔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 “남편은 날 도와주지 않아”
집안일이 쌓여 있고, 오늘따라 더 지친 저녁. 그런데 남편은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 있는데, 괜히 더 미워지고 서운하죠.
어쩌면 “도움을 청하면 안 된다”는 내 안의 오랜 믿음이 작동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 “내 아이는 너무 민감해”
아이가 사소한 말에도 울고, 예민하게 반응할 때, “왜 이렇게 유난이지?”라고 느끼는 순간
혹시 내 안의 감정이 억눌려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는 때로 부모의 억눌린 감정을 대신 표현하기도 하거든요.
감정의 주인으로 돌아가는 연습
투사는 나쁜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감정을 방어하고 싶을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반복된다면, 관계는 상처를 입고 나 역시 내 감정을 읽지 못하게 돼요.
그래서, 내 감정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감정을 돌려받는 3단계 질문
-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화, 슬픔, 서운함...)
- 이 감정은 정말 그 사람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안에서 시작된 걸까?
- 이 감정을 나에게 잠시 허락해볼 수 있을까?
처음엔 어렵지만, 이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감정이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마무리하며
투사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에요. 나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이 잠깐 선택한 방법이죠.
하지만 그 감정이 내 것이 맞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관계 안에서 덜 아프고, 더 솔직해질 수 있어요.
오늘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꼈다면,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혹시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 떠넘겼던 건 아닐까?”
감정을 돌려받는 용기, 그건 우리 자신을 다시 껴안는 첫걸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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